안녕하세요 아텀입니다. 오늘의 사용 후기는 파버카스텔 슬리브 지우개입니다. 혹시 지우개를 구매해서 더 이상 연필 글씨를 지우는 본래의 역할을 못할 때까지 사용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창시절 지우개는 맥가이버의 멀티툴 만큼이나 다양한 놀이의 재료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우개를 가지고 손가락으로 뒤집으며 레슬링 게임을 하고 책상 위에서 바둑알을 대신해서 지우개 알까기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지우개를 사정없이 문질러서 나오는 지우개 가루를 주물러서 무언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험시간에 지우개는 한쪽 면에 중요한 단어들을 써놓고 몰래 컨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였습니다. 또 지우개에 밑그림을 그리고 연필 칼로 지우개 도장을 파서 친구 녀석들의 팔뚝에 찍어주기도 하고 미술시간에 지우개를 안 가져온 친구 녀석을 위해 새로 사 온 톰보우 잠자리 지우개 절반을 칼로 잘라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샤프펜슬에 뾰족한 앞촉으로 지우개를 사정없이 찌르고 샤프심을 촘촘히 박으면서 지우개를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지우개는 연필 글씨를 지워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전혀 다른 용도로 괴롭힘을 당하는 힘없는 존재였습니다.
내 기억 속에 지우개는 늘 누군가가 훔쳐 가거나 빌려 가거나 나눠주거나 잃어버려도 별상관없는 하찮은 물건에 불과했습니다. 문득 지우개 회사 사장님이 부러워집니다. 이렇게 지우개를 다 쓰지 않아도 알아서 사라져버리니 꽤나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이 녀석을 구매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갑옷 처럼 튼튼한 플라스틱 덮개가 있어서 그 어떤 괴롭힘을 당해도 충분히 잘 버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구매를 했습니다. 이 녀석을 6년 정도 사용했는데 아직까지 멀쩡히 지우개 본래의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사용하다 보니 플라스틱 표면에 적혀있던 흰색 파버카스텔 글씨는 희미하게 지워졌습니다. 사용할 땐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주면 마치 멀티툴속에 숨어있던 칼날이 나오듯 지우개가 나오게 됩니다. 지우개의 탄력은 적당히 있는 편입니다. 직사각형의 미술용 지우개보다는 단단한 지우개입니다. 지우개를 열면 앞부분이 뾰족해서 세밀하게 글씨를 지울 때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구매한 지우개는 더 이상 지우개 레슬링 경기와 알까기 경기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더 이상 내 지우개는 샤프심의 공격을 받을 일도 없고 지우개 도장을 만든다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잔혹한 연필칼 난도질 형벌을 받을일도 없습니다. 평생을 심심하게 서랍에서 뒹굴다가 가끔씩 노트에서 연필 글씨를 지우는 본래의 역할만 해야 될 것 같은데 문득 지우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 포스팅은 내 돈 주고 직접 구매해서 사용한 후에 올리는 사용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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